
폴스타 전기차
부산에서 만들어졌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살 수 없었던 차가 있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의 베스트셀러, 폴스타 4 이야기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조립돼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로만 팔려나가던 이 차가, 내년부터는 드디어 국내 소비자의 손에도 닿을 전망이다. ‘메이드 인 부산’이지만 국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아이러니한 상황이 3년 만에 풀리는 셈이다.
부산과 폴스타의 인연,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이야기는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르노코리아와 폴스타, 그리고 폴스타의 모기업인 지리홀딩은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위탁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연간 최대 3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부산공장은 항구가 가깝고, 20년 넘게 국내 완성차 품질 1위를 지켜온 저력이 있는 곳이다. 폴스타 입장에서는 중국 항저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세 번째 생산 거점을 한국에 두게 된 것이었고,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는 자체 하이브리드 차종에 이어 글로벌 수출 허브로 발돋움할 두 번째 카드였다.
2024년 8월, 폴스타코리아는 서울 한남동 폴스타 스페이스에서 폴스타 4를 정식 출시하며 부산 생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만큼 국내산 배터리 탑재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의 배터리가 실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때 판매된 초기 물량은 부산산이 아니라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만든 차였다. 이 차에는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계획대로 안 풀린 ‘한국산 배터리’ 시나리오
부산공장의 전기차 생산 준비는 2025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조립라인 설비를 교체하고 시험 가동을 거쳐, 2025년 하반기부터 북미 수출용 폴스타 4 후륜구동 싱글모터 사양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은 이랬다. 후륜구동 싱글모터는 우선 수출용으로 부산에서 만들고, 이후 듀얼모터 사양이 추가되는 시점부터는 국내 배터리 업체의 셀을 탑재해 국내에도 판매한다는 로드맵이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조금 달랐다. 2025년 8월, 부산에서 생산될 국내 판매용 폴스타 4에도 북미 수출용과 똑같이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배터리 업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초 기대했던 ‘한국산 배터리를 품은 한국산 전기차’라는 그림은 일단 다음 기회로 미뤄진 셈이다. 폴스타코리아 측은 배터리 제조사나 생산지가 달라도 품질과 성능의 정체성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판매, 왜 계속 미뤄졌을까
더 큰 변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부산에서 만드는 폴스타 4는 중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생산 비용이 더 든다. 그대로 국내에 팔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는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슬라와 현대차·기아가 잇따라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중국 브랜드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판매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결국 2026년 3월, 폴스타코리아는 부산 생산 폴스타 4의 국내 판매 계획을 잠정 보류하고, 당분간 전량을 북미로 수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내에서 팔리는 폴스타 4는 계속 항저우 공장 생산분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폴스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판매 시점을 고객에게 최적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때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적어도 그해까지는 지금처럼 수입 판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6년형 폴스타 4는 롱레인지 싱글모터 6,690만 원, 듀얼모터 7,190만 원이라는, 유럽·미국 대비 최대 3분의 2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에서 꾸준히 팔렸다. 지난해 11월 첫 고객 인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2천 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드디어 풀리는 매듭, 2027년이 분기점
그리고 최근, 상황을 바꿀 만한 발표가 나왔다. 폴스타는 기존 폴스타 4 쿠페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파생 모델, 뒷유리를 되살린 크로스오버형 폴스타 4 SUV를 새롭게 선보였다. 리어 윈도우가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부담을 느끼던 소비자층을 겨냥한 모델이다. 글로벌 판매는 오는 9월 2일부터 시작되는데, 한국 시장에는 2027년부터 판매가 개시된다고 예고됐다.
여기에 맞물려 기존 폴스타 4도 이름을 ‘폴스타 4 쿠페’로 바꾸고 2027년형으로 연식을 변경하며 상품성을 다듬었다. 트림 구성을 리어모터, 듀얼모터, 듀얼모터 퍼포먼스로 재편하고 듀얼모터 트림 가격을 200만 원 낮추는 등 가격 경쟁력도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졌던 부산 생산분의 국내 판매도 함께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폴스타 입장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판매가 2027년형을 끝으로 중단될 예정인 만큼, 북미 수출 물량을 계속 늘리기보다는 국내를 포함한 다른 시장으로 판로를 다변화할 유인이 커진 상황이다.

폴스타 전기차
왜 이 소식이 중요한가
이 이야기가 단순히 ‘차 한 대 파는 나라가 바뀐다’는 수준의 소식이 아닌 이유가 있다.
첫째, 부산공장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폴스타 4 생산은 르노코리아가 자체 브랜드 차종에 이어 위탁생산 사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핵심 축이다. 부산에서 만든 차가 북미 수출에 이어 내수 시장까지 커버하게 되면, 공장 가동률과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둘째,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그동안 국내에서 팔리는 폴스타 4는 전량 중국 항저우산이었다. 부산산 물량이 국내 시장에 풀리면, 원산지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구매 유인이 생긴다. 다만 배터리는 여전히 CATL 제품이 탑재될 예정이라,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상징성과는 별개로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아직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셋째, 폴스타라는 브랜드의 글로벌 전략 재편과 맞닿아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2027년형을 끝으로 미국 판매가 중단될 예정인 상황에서, 폴스타는 생산 거점과 판매 시장을 재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은 그 재편 과정에서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서 이중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지켜볼 부분
물론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부산 생산분의 국내 판매 개시 시점과 물량, 배터리 공급망의 국산화 여부, 그리고 가격 정책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폴스타코리아의 공식 발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 재추진될지, 아니면 당분간 CATL 배터리 체제가 유지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럼에도 분명한 흐름은 있다. 수출 전용으로만 여겨졌던 ‘국내산’ 폴스타 전기차가 마침내 국내 소비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부산의 조립라인에서 태어난 차가 이제는 한국의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Q&A로 정리하는 폴스타 4 국내 판매 이슈
Q1. 폴스타 4는 원래 한국에서 안 팔렸나요? 아니요, 판매는 계속 되어왔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팔린 물량은 전부 중국 저장성 항저우 공장에서 생산된 차였습니다. 2024년 10월 첫 인도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2천 대 가까이 됩니다. 이번 이슈는 ‘판매 여부’가 아니라 ‘어디서 만든 차를 파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Q2. 그럼 부산에서 만든 폴스타 4는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나요? 2025년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지만, 전량 북미(미국·캐나다) 수출용으로만 출고됐습니다. 국내 판매용으로 돌릴 계획이 있었지만, 가격 경쟁력 문제로 2026년 3월 잠정 보류됐습니다.
Q3. 국내 판매가 계속 미뤄진 이유가 뭔가요? 가장 큰 이유는 생산 비용입니다. 부산에서 만들면 중국 생산분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판매가에 부담이 커집니다. 테슬라·현대차·기아가 전기차 가격을 내리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판매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Q4. 부산산 폴스타 4엔 국내 배터리가 들어가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배터리 탑재가 검토됐지만, 물량 확보 문제로 2025년 8월 기준 부산 생산분에도 북미 수출용과 동일한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Q5. “내년(2027년)엔 국내에도 판다”는 건 정확히 무슨 근거인가요? 폴스타가 새롭게 공개한 폴스타 4 SUV(크로스오버형 파생 모델)의 한국 판매 개시 시점이 2027년으로 예고됐기 때문입니다. 이와 맞물려 기존 폴스타 4도 ‘폴스타 4 쿠페’로 이름을 바꾸고 2027년형으로 연식 변경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부산 생산분의 국내 판매 재추진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Q6. 미국에서 폴스타 판매가 중단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폴스타 브랜드의 미국 내 판매가 2027년형을 끝으로 중단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폴스타 입장에서도 북미 수출 비중을 줄이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야 할 유인이 커진 상황입니다.
Q7.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나요? 아직 부산산 국내 판매의 정확한 시점·물량·가격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산지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고, 국내 생산 확대가 배터리 국산화로 이어질지도 함께 지켜볼 부분입니다.